여행 이야기

정2품 밤나무

히블내미 2016. 7. 17. 00:52

미쿡에 처음 왔을때 길치이다보니 길을 잃은적잇어요

왔다리 갔다리 여같기도 하고 저 같기도하고

한참을 해메다가 어느교회주차장으로 들어가게 되었지요

갑자기 한국의 정2품 소나무같은 밤나무가 눈에 띄었어요

조롱조롱 많이도 달린 밤나무 노다지를 발견한 기분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열그루나 될정도인 밤나무에 을매나 밤이 많이 달렸던지

넘넘 감동해서 팔짝뛸 지경이었답니다


가따나 미국온지 을매되지않아 서산에걸린 노을만 봐도 그리운 고향인데

주렁주렁 밤나무를 보았으니 그 기쁨 아주 대단했습니다

그로부터 이맘때면 밤주우러 가서 아버님 기일때도 제대로 쓰곤했는데

이제는 하도 많이 한인들한테 알려져서

비온뒤나 바람이 분뒤에는 그곳 밤나무밑에서 사는듯한

사람도 있는것 같아요

미쿡사람들은 짐승의 밥이라 여기며 주워가는 우리를

짐승밥 빼앗아먹는 나쁜 아시안으로 여기는 눈치입니다

좁은 동네라 인기많은 내가 밤나무에 뜰때는 변장합니다요


그당시는 요리를 끝내고 늦은밤이면 밀집모자를 쓰고

밤나무위에 올라가 나는 흔들어 재끼고 아내는 시커먼 쓰레기 봉투에

코팅장갑을끼고 막 주어담아 두어자루되면 한칸아파트

베란다에 부어놓고 날이새면서 까기 시작하는 밤톨들

지금은 그때의 추억이 그리워 그옆을 지날때면

오랜세월 함께해온 동지같은 생각에 그늘밑에 잠시앉아

지나간 힘든시절을 떠올리는 좋은장소이기도 하답니다


밤나무밭에 가기위해 동네앞을 나서는데

이름모를 꽃들이 산길을 더욱 화사하게 비쳐주네요


뒤에 차만 따라오지않고 옆에 주차공간이 있었다면

영화찍듯이 꽃속에 묻혀 쌰방샤방 미소짖고 싶은 마음이

꿀떡같았지만 세울곳도 없고 같이찍을 여주인공도 없고해서 그냥 지나쳤습니다

하지만 우리동네라 매일 출퇴근하면서 꽃들과 함께 사는듯 오늘도 행복한 길이었습니다




내가 명하기를 정2품 밤나무로 십수년전에 벼슬을 내렸습니다


아직은 덜익었는지 밤송이가 벌어지지 않았는데

급한 사람들이 다녀간듯 바닥에는 생껍질을 깐 흔적이 너부러져 있었어요













옹선생 16.02.25. 09:16

아하 그렇쿠나
보면 볼수록님께서 여기서 찍었네요 ㅎ
미국은 밤이벌써 고국은 가을이 되야 하는뎅 ㅋ
밤나무가 진짜 크네요 보면 볼수록님께서 왜 정2품 밤나무라 하시는지 알것 같토여 ㅎㅎ
항상 건강 하시구 즐겁고 행복이 ~쭈욱~이어지시길요 ~~~
 
보면볼수록 16.02.25. 10:48
감사합니다 옹선생님
작년가을에 찍은 사진 입니다
아버님 길일이 몇일남지 않아서 상에올릴 밤을 줏으러
갔다가 몇장 찍은거랍니다
해마다 밤이 열릴때면 한되가 될정도만 주어서
보관하기도 하는데 얼굴 팔릴까봐 잘 안가는 편이랍니다
밤 이 넘 많이 열려 탐스러운 그자체 바라보면 그냥 흐뭇해 진답니다
혹시 밤을 줍다가 손님하고 얼굴 마주치면 진짜 쪽팔리거든요
우리 미국생활을 그 밤나무와 함께 했기에 친해졌어요
오늘도 즐거운날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유화 16.02.28. 12:06
밤나무가 크네요
이곳에선 밤나무를 본 기억이 없어요
 
보면볼수록 16.02.28. 22:51
감사합니다 유화님
저도 첨에 발견했을때 넘 좋아 행복했습니다
어릴때 시골동네 밤나무가 정말 많이 있었는데
우리것은 한나무도 없어서 칭구한테 맨날 얻어 먹었어요
근데 미쿡에서 내것처럼 해도 되는 밤나무를 보니
좋아서 방방 뛰었지요
밤에 근무끝나고 가서 쓰레기 봉투에 껍질채로
주워담아 날세면 아파트 베란다에서
둘이서 껍찔까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잠시 지만 고향에 머무는듯 동심으로 돌아가곤 했지요
아무도 주워가는 사람없고 교회주차장 앞뒤가 전부
밤나무 열그루가 넘었어요
차바퀴에 밤이 부서져 있는 모습 아까웠던 그때그시절
그래서 요즘도 아버님 추도예배가 다가오면 찿아간답니다
주일도 은혜가득 하시길 바랍니
 
 
피어나라 16.02.28. 19:54
싱거러운 녹음에 상큼함까지
너무 좋네요!
잘보고 갑니다 ~~~
 
보면볼수록 16.02.28. 22:57
감사합니다 피어나라님
미쿡에서 그것도 내가 지나다니는 길옆에
저렇게 잘생긴 밤나무가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답니다
콜롬버스가 미국을 발견했을때
그 느낌을 알것 같았어요 ㅎㅎ
그당시는 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
바람불고 비온 다음날은 밤나무 숲으로 달려 갔었어요
밤새 떨어진 밤이 바닥에 깔려 둘이서
비닐봉지에 막 주워 담다가 앞에서 줍고 오는 아내를
발견못해 둘이서 해딩하고 웃기도 했던 시절
그러면서 잠시나마 외로움을 달래기도 하고 잊을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찿아다녔답니다
아이들 생각에 잠이안와서 센타에 운동하러 새벽 세시에 나간적도
많이 있어요 어쩌다 시간이 이렇게 흘렀습니다
편안한 시간 되시길요
 

-->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꾸리한 가을날  (0) 2016.07.17
아침산책  (0) 2016.07.17
젊은칭구들과 함께 계곡물놀이  (0) 2016.07.17
고개숙인 텃밭  (0) 2016.07.17
미시시피강 가족나드리  (0) 201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