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글 보관방

한줄기 소나기

히블내미 2018. 4. 2. 07:02



쨍쨍한 하늘에서 소나기 내리니

어느새 내마음 고향에 가있네요

길고긴 여름 햇살을 시샘하듯

한줄기 소나기 세차게 내리면

거름지던 아버지는 주막으로 피하시고

밭 매던 울 엄니 고스란히 다 맞으시며

오늘일 다 못할까 그것을 걱정하니

오뉴월 긴 하루가 그렇게 가지요

 

사수동 방앗간옆 다랑논 세마지기

어머니는 풀매고 아버지는 물고보고

한 여름 긴긴 날에도 허리펼새 없고요

하루는 논으로 하루는 밭으로

모는 잘 자라나 감자밭은 탈이 없나

새벽부터 정성들여 튼실하게 키우고요

토실하게 익은감자 조심조심 거두어서

원대시장 나을까 팔달시장 나을까

어머니는 머리 이고 아버지는 등에 지고

제값 받은 감자농사 장국밥도 맛나지요

 

어머니 걱정은 뒷전에 두고

흥이나신 아버지 막걸리 한잔 드실제

자식들 생선 반찬 어머니도 신나고요

머리맏에 찬물 떠놓고 천지 신명께

올 농사 잘지어 봉답논 사게 해주고

내년에는 소달구지 사게 해 주소서

나이들고 힘빠져서 이고 지기 힘드오

 

시집간 큰딸 시댁사랑 받길빌고

미국간 작은딸 무탈하길 소원빌며

자나깨나 두분께선 자식걱정 뿐이지요

하나둘 이룬 전답 장남이 말아먹고

가끔씩 드리는 용돈 생색만 내지요

두분의 고맙고도 거룩한 희생을

이제야 철들어 뉘우치니 해는 어느새

서산에 기울고 소나기 같이 흐르는 눈물

막을수가 없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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