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글 보관방

아제생각

히블내미 2018. 4. 2. 08:29



내가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아니 그 이후로 한동안 나에게 있어 유일하게
같이 끼고 다닌친구는 동갑내기 성태아제 뿐이었다.


기억을 할수없는 어린시절부터 우리는 노상 붙어 다녔다.
같이 뒹굴며 놀았고, 울고 웃었다.
아주 어렸을때 즐거운 놀이중의 하나였던 소꼽놀이에선 언제나 우리는 한팀이였다.
그래서 그 당시 동네 어른들이 너희들 나이들어 떨어지게 되면 우째살래 했지만 우린
같이살면대제 걱정마이소 했던 기억이 나네요


내 발등엔 상처가 하나 있는데 그것이 성태아제 때문이라는걸 아무도 모른다.
너무 오래되고 어렸을때 있었던 일이라 아마 성태아제마저도 잊어버려 모를것이다.
나는 그 상처를 지금도 바라보면서 성태아제 생각을 가끔씩 합니다.


우리가 예닐곱살쯤 되었을때다.
그때 모내기가 한창일때니 5월말이나 6월초였을것이다.
 논에 모내기를 하는 날이어서 논에서 점심을 동네사람들과 같이 먹을
요량으로 우리는 장뚝을 타고 온동네 어른들이 일하는 논으로 가고 있었다.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시골논바닥에 정신을 빼앗겨 앞서거니 뒷서거니 걷다가 뛰다가
앉아서 쉬다가를 반복하며 가고 있던중 갑자기 성태아제가가 고함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아제가 가리키는곳을 보니 물뱀 한마리가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그 당시엔 참 뱀이 많았었다.
사실은 나도 약간의 겁은 났지만 그래도 붕알 달린놈이 아니던가!
'아따 성태니는 뭇시 무섭다고 그카노 비끼바라 내가 잡아서 꾸버주께 
너무염려 말라고 안심시키느라 해서는 안될말을 하고 말았다.


'내가 뱀을 콱 밟아 죽여버릴수도 있다카이'
지금생각해보면 정말 또라이같은 행동이었지만

그래도 그당시는 아제를 위하는 마음이었다
'

무서웠지만 한번 내 뱉은말을 줏어담을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당시 아제가 말려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망설임없이 말했다.


아제는 저만치 떨어져 응시할뿐 아무말이 없었다.
아제앞에서 겁쟁이가 될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살아있는 뱀을 양말도 신지않은
까만 고무신발로 밟기란 실로 고민스런 일이었다.


하지만 난 포기하기엔 이미 늦어버린걸 깨달았고 두눈을 찔끔감고 뱀을 힘껏 밟았다.
그 순간 뱀이 내 발등을 물었다.
나는 힘껏 물린 발을 내저으며 엄습하는 두려움에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는사이 뱀은 나가 떨어졌고 내 울음소리도 곧 멎었다.

'거봐
봤제 봤제 내가 밟았다 카이~?'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하지만 자랑스럽게
아제를 바라다보며
울음을 터뜨리긴 했지만
어쨌든 실행한것은 인정을 해 달라는듯이
한마디 했을때,
아무말도 못하고 벙쩌서 쳐다보는 성태아제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

위대한 약속 - 리아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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