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글 보관방

누룽국시

히블내미 2018. 4. 2. 07:40



땀이 비오듯 하는 한여름의 오후

뒤주속 밀가루 한사발 푹 퍼내서

우물물 퍼 올려서 누룽국시 반죽하고

엄마는 밀가루 반죽 알맞게 썰고

히블이는 꽁지 짤라 부억으로 달려가고

누님은 애호박 따다가 이쁘게도 썰지요

 

마당에 걸린 가마솥엔 누룽국시 끓으면

엄마는 얼른 떠서 밭으로 내가고

남은것은 양푼에 떠서 살피상에 오르고요

동생들은 살피상에 편히 앉아 먹을때

누님들은 덕석에 앉아 후룩후룩 하지요

 

감나무에 앉아 있던 참새 떼들도

마당에 내려 앉아 함께 하려 하지만

욕심 많은 히블이 훠이훠이 하고요

마음 착한 우리 누님 몇가닥 던져주면

고맙다 인사하고 나를 흘겨 보지요

 

들에서 돌아온 엄마는 늦은 점심을

부엌에서 혼자 다식은 누룽국시 먹었고

그래도 그 시절이 우리에겐 행복 했지요

오랫만에 누룽국시 먹던 생각이 나서

애호박 송송썰어 다시마도 넣지요

 

익은지 몰라 벽에 던져도 달라 붙지 않고요

이제나 저제나 까스 불만 키우다가

국물만 다 쫄아 짜파게티 되었네요

온갖 요리 다 해보며 지금까지 살았지만

누룽국시 끓이기가 이렇게 힘든줄

예전에는 미쳐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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