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글 보관방

처마밑 고드름

히블내미 2018. 4. 2. 07:29



처마밑 고드름 키대기 하면

개구쟁이 코 흘리개 동네 친구들

양지바른 돌담아래 구슬치기 하고요

칼같은 찬바람 돌담속에 숨었다가

노는데 정신팔린 우리들 가슴속에

은근 슬쩍 파고들어 고뿔들게 하지요

 

구멍넣기 구슬치기 어느덧 세월지나

지금은 그 구멍에 골프공 넣지요

매마른 가지마다 눈 녹은물 오르면

기운잃은 눈꽃은 내년을 기약하고

돌담에 숨겼던 봄소식을 내려놓고 가지요

 

돌담아래 꼭꼭숨어 때 기다리던

울밑에선 봉숭아는 봄소식이 반가워서

찬바람 한눈팔때 살그머니 나오지요

우리들 모여서 구슬치기 하던곳에

수줍은 봉숭아는 양손 먼저 내밀고

여기저기 살피면서 예쁜꽃 피우고요

 

산으로 들로 봄나물 캐던 누나들

하나둘 모여서 손톱에 물 드리며

새봄엔 시집갈수 있을랑가 소원도 빌지요

키작은 동네 누나 시집 가던날

반티위에 올라서서 사진을 찍고요

코흘리개 우리들은 뒷전에 서서

꽃감에 눈멀어 침을 꼴딱 삼키지요

 

시집가고 장가들어 친구들은 뿔뿔이

사는것 힘들다 허둥지둥 살다보니

어느새 귓가에는 하얀꽃이 피었네요

어려워도 행복했던 그시절이 그리우니

친구들아 모여서 저무는 인생길에

위로하고 웃으면서 옛말하며 살아보자

나는 들린다 아직도 이 소리가

꼬꾸랑 깽깽 꼬꾸랑 깽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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